파산된 노래(2) I 김안

파산된 노래

 

우리는 고통을 상상하기 위하여 서로의 눈[目]을 파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눈감기 위해서였을까, 우리는, 우리라는 말[言]은. 그러니 우리 안의 괴물을 버린들 기록된 악행이 사라질까, 우리의 괴물들은, 우리라는 말의 괴물들은 기록을 딛고 또 다시 쓰이며 되살아나고, 행복과 야만의 국경을 지우며 부단히 포복하고, 썩어 부서진 늑골 안에 눌어붙어 포자처럼 번지고, 우리의 말에는 눈이 없어, 귀도 없고 마음이 없고, 우리라는 말은 서정과 실험 속에서 서로의 바벨이 되어 몰락해가고. 그럼에도 우리가 쓰는 이 말이 움직이는 유물이 되길 우리가 바라마지 않듯, 견고해지겠지. 견고하게 우리 바깥의 고통은 더 이상 상상되지 않는 스스로에게만 비극일 뿐인 그것. 그것이 윤리라면, 그것이 우리의 윤리라고 누군가가 술에 취해 말했을 때, 그 불구의 윤리가 우리의 문학사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저 어제의 말을 사랑하고, 오늘의 말에 힘썼을 뿐인데, 우리의 입 속에서 낯설어지는 우리의 혀. 우리의 낯선 혀가 서로의 입 속에서 아무런 수치심도 없이 달궈질 때, 우리의 말이 시작되는 곳은 어디여야만 할까, 그것은 사랑의 주술도 아니고, 존재의 실증도 아니고, 몰락하는 에고도 아니고. 말을 버려도 시가 될 수 있을까. 시가 되어야 할 이유는 또 무얼까. 우리의 입을 받아들고 갈 뿐, 가서 침묵할 뿐. 침묵하며 끝끝내 목도할 눈을 찾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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