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回廊 I 박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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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廊

 

가두었다
나의 중앙이 되었다

부드러운 땅에 묘목 한 그루를 심었다

내가 걷는 곳은 겨우 둘레였는데
나는 회색 기둥들 사이로 너를 볼 수 있고
중앙에서 불어온 바람의 온도를 알 수 있고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함께 정원이 될 수 있을까

네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린 후
나는 너에게 시선을 둘 수가 없고
처음과 끝이 같은 이 복도를 탈출할 수도
없고 단지
양쪽 귀 깊숙이 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최대한
쌩쌩 달리는 수밖에는

마침내 기억하지 못한다
네가 어린나무였는지 내가 작은 손을 가졌었는지
모종삽을 쥔 적이 있었는지
무엇을 내리쳤는지

벗어났다 최대한
아무 것도 아닌 듯이 나의
둘레의 둘레가 되었다


박세미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전해지는 것은 낙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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