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폭력 I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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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폭력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날 때린 너 날 끌고 온 너
친구였다

얼굴을 쳐다봐 새끼야 그림자 속에서
너의 목소리 주먹 날아올 때
나는 담장을 넘는 공을 보았다
수풀 속으로 들어간 공을 상상했다

심장 소리가
날 때린 너에게 들렸을 거라 생각했다
심장 소리가
날 때리는 너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눈물이 되었다 아교가 되었다
곁눈질로 자목련을 보았다 바람에 날리는
개나리꽃들이 있었다

할 말이 없냐고 너는 물었다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는 대답했다

꽃대가 휘어졌다

꽃대가 사방으로 휘어져 깊이깊이 나를 찔렀다

어떤 힘으로 나는
나를 예감했을까
멀리 날아온 꽃잎 하나가 너를 스치고 비스듬히 지나가는 풍경으로부터

운동장에 얼굴을 처박는 꽃잎들
끌려온 자목련 끌려 나온 개나리를
나뭇가지 안에 넣어 두고 싶었다
사월의 담장 안으로 거두어 주고 싶었다

나는 너의 신발 뒤축만 살짝 보았을 뿐인데
귀가 뜨겁고 얼굴이 노랬다
햇빛 속 운동장을 가로질러

날 끌고 나온 너
같이 밥을 먹던 너

갔다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발이 타격하는 축구공처럼
꽃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사월이었다


김승일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어른들은 좋은 말만 하는 선한 악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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