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파레이돌리아 I 주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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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파레이돌리아

 

죽은 벌레가 살아 있는 벌레를 끌고 간다
기어가는 벌레의 음산한 모반

멀리 어둠 속에서
입이 없는 광대가 도달한다

표류자, 당신이 꿈꾸면 보여 줄게
광대가 말한다

우리의 미래는 가볍고
우리는 조용히 넘치지
나는 광대가 빠진 이로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호흡을 뱉자
빗속으로 번지는 캘리그라피

머릿속에서
차가운 도마뱀들이
글씨를 쓰는 것 같아

외로움의 틈 속에서 피어나는
하얀 꿈들을 보여 주지
중력을 잃은 머리 위의 바위,
구름 위에서는 바다가 물결치지

그가 한 발 다가서자
슬픔의 냄새가 훅 끼친다
내 뼈에 새겨지는 알 수 없는 문자들

바위의 최초의 뿌리를 바라보게
죽음의 잎들 사이로
습한 바람이 지나는 걸 느낄 수 있지

검은 새라 말하자, 비상의 흔적 속에
음악 없는 밤이 찾아온다
죽은 사람의 사진에서 수염이 자라고
죽은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는 밤

나를 움직이는 파동들
오늘은 불편한 융기

암판들이 밀어 올린 산 위에서
썩은 것들을 빨아올려
생명이, 생명이 되듯

죽은 자들이 살아나기 전에
파문이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 쫓겨나고 스스로를 쫓아내게

우리는 내일에 취해
헐거워진 생활의 살갗을 잊고
태양이 사라진 쪽으로

얼굴 아닌 얼굴로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오늘은
불편한 융기


주영중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검은 사이프러스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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