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I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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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인간이 밤의 노예에 불과하다면 검은 날개처럼 무성해지는 머리카락은 서쪽으로 흩날리고
또 하나의 밤, 막 잘려나간 보다 조그만 밤
머무르지 않는 누군가의 숨에 불과하고
그 질김으로 인해 흘러나오는 방음벽 안에서
꿈틀거리는 수십 개의 열차들이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척추가 되듯이
터널은 커다란 이빨을 드러낸 채 우리의 노동을 위협하고
우리가 발 디딘 곳이 파란 핏줄로 뒤덮인 피부로 변할지라도
하나의 정착지를 부르면서 여러 겹의 몸을 벗겨낸다
나 그리고 당신의 몸 안에 깊은 잠이 아이로 잉태되고
간헐적인 울음이 시작된 뒤에도 어둠이 전진할 수 있도록
열차는 여전히 인간을 집어삼키고 죽음과 구토는 구별할 길 없다
인간이 뒤통수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것이 모든 터널을 집어삼키는 구멍이기에
얼어붙은 목을 뻗어서 구멍 속을 헤집고
인간과 인간 사이를 부유하며 먹이를 찾는 아이의 미래에게
구부러진 칼날이 쏟아지는 공중의 모습으로
날이 밝아오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머금어야 하는지를
낮의 격렬한 산란 속에서 살아남은 그림자처럼
끝없이 떠오르는 우리가 밤에 불과하므로
인간의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하듯
두 개의 노래, 갈라진 두 줄기의 열차는 서로를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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