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 I 이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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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

 

밤에 보이지 않던 윤곽들은 낮이 되어서야 보이곤 했
다 강둑으로 자꾸 뒤따라와 등이 따스하고 코에선 단내
가 났다

우리 집은 방앗간이 아니고 기찻길 옆이야 이제 그만 돌
아가, 뒤돌아보면 낡은 자전거 안장에 앉아 먼지를 휘젓
는 흰 발목이 보였다

난 강가를 따라갈 건데 이제 그만 돌아가 봐

깊이 우거진 갈대숲에 앉아 물이 얼었나, 안 얼었나 돌
을 던지면 다음 날에야 물속으로 돌이 빠지는 소리가 들
려왔다 며칠째 흔들리던 앞니가 자고 나니 없어졌을 때 혀
는 가장 추웠다

놀자고 부르는 아이들과는 놀지 않았다 공사장 모래언
덕에 자주 손을 묻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과 새집 다 내
가 가질게, 빈 두꺼비 집에 지문을 두고 집으로 돌아간 날
아무리 방문을 잡아 당겨도 열리지 않았고 나도 열어 주
지 않았다

어머님 얘는 매일 손금이 바뀌어요 손바닥을 때리다 말
고 선생님, 집엔 아무도 없는데 누가 전화를 받은 걸까 그
때 톱밥 난로 위에 깨금발로 서서 튀어 오르는 발목이 보
였다 오늘도 강둑을 걸어 집으로 가니, 물었고 나는 대답
이 없었다


이범근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달의 절반이 초원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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