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요한 기도 I 최설

오늘 필요한 기도

 

밤사이 가로수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나무를 지키겠다>고 붙여 두었으나
빨강과 노랑으로 블록이 깔렸다
현관문 앞에서 번호를 누르다 뒤를 돌아보곤
했다 자꾸만 자꾸만
벽 너머로 이웃들은 흐느끼고
방문을 열면 어제 본 사람이 걸어 나왔다
가을이 오기 전에 목을 매는 자들이 늘어갔다 부검의는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말했지만
잘린 머리카락이 얼굴 가득 달라붙어 있었다
거리엔 손을 잡고 걷는 사람보다
개와 함께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종종 개에 물리는 것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분수대에 종일토록 물이 차오르는 힘으로
산이 한꺼번에 물들고
혀 잘린 입들이 곳곳에 쌓여갔다
생선의 가시를 바르면서
눈을 들여다봐요 하고 말했지만
등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마다 녹슨 칼이 자랐다 우리를
우리를 이 안개에 들게 하지 마옵시며
다만 캄캄한 내일에서 구해내기를
아멘 아멘 두 발이 다 젖도록
고장 난 냉장고가 응답해주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