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 I 김호성

역류

 

너는 입을 다물고 운다
넘쳐흐르는 거품으로 거의 모든 사람을 지운다
지금까지 꿈꾸던 하수구를 발견한 것처럼
발밑을 비워둔 채
맨홀은 작고 어둠은 커서 스스로 빠져드는 동공 같고
그때의 인기척과 쇠창살도 물비늘 속에 가라앉는다
굴러다니는 발목을 휘젓는다
검은 속옷이 바작바작 말라가는 냄새를 품고
비탈을 내려갈 때 걸음이 그 밑면에 묻힌 유골을 길어오듯이
매순간 생활은 멎지만 다시 솟는다
미간 아래 칼날이 녹아내리고 간판 속 이름이 낯선 길을 불러온다
불 꺼진 골목은 더 이상 수군거림을 간직하지 않아서
갈라진 틈과 마찬가지다
이 추위에서 손가락 사이를 휘감는 입김은 없다
손가락을 전부 삼켰기 때문에
까마귀도 맴돌지 않고 흘러가는 낙엽의 행렬도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마음을 빼앗겨 골목으로 숨는 아이도
혼령에게 옷깃을 붙잡혀 하천으로 고꾸라지는 홀아비도 죽는다
새벽은 늘 얼음을 깨뜨리며 오기 때문에
안개 속을 달려가는 몸은
끝끝내 너를 보여주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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