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I 황인숙

안데르센

 

우리 <안데르센>에 간 날
경비 초소를 지나 셔터가 내려진
텅 빈 다이아몬드 거리를 지날 때
우레와 함께 비가 쏟아졌었지
거리가 발자국 소리로 가득했지
비의 군단과 우리가 함께
달리는 발자국 소리
이마에 두 손을 챙처럼 얹고
뛰어든 창고 기억나?
문짝이 떨어져나간
좁고 어둡고 더러운 창고
너희는 묵묵히 비를 바라봤고
나는 자꾸 뒤를 힐끔거렸지
캄캄한 구석으로 가득 찬 창고
<13일의 금요일>이 생각났지

보안등 불빛에 빗방울들이
알알이 자태를 뽐내며 뛰어내렸지
다이아몬드 거리에
비의 다이아몬드가 쏟아졌지
백만 캐럿의 광채로 번개가 번쩍이고
우리는 자켓을 뒤집어쓰고
다이아몬드 거리를 달렸지
빗속을 달려 헐떡거리며
<안데르센>에 갔던 밤
문을 밀고 들어서자
보송보송한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웃으며 우리를 돌아다봤지

폭우소리를 들으면 달리고 싶지
다이아몬드 거리를 지나
그 끝에 <안데르센>이 있었으면 싶지
<안데르센>은 흘러간 팝송
사이를 사뿐사뿐 급사가 걷고
이국의 밤처럼
검고 쌉쌀한 기네스 맥주가 있지
그리고 내 옆엔 너희가 있지.


황인숙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너는 너무도 고적해 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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