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I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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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언젠가부터 내가 쓰는 시는 거의 평범한 일기 같은, 소위 일상시다. 삶이 별나다면 그도 기록할 만하겠지만 일상적인, 너무나 일상적인 나의 일상. 창조란, 문학이란, 예술이란, 이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 일상 너머를 쓰는 시인을 부러워했고, 그 시들에 풀이 죽곤 했다.
등단 이후 늘 슬럼프라고 느꼈다. 35년 세월 슬럼프라니, 이런 장구한 슬럼프가 다 있을까. 이번에 낭독 시를 고르려고 내 시집들을 들쳐보면서, 봐줄만한 시가 있기에 다행스러웠다. 이제 진짜 더 이상 시를 못 쓸 것 같을 때면 괜찮았다 싶은 내 시를 읽었다. 그러면 리듬 감각이 깨어나고, 자신감도 회복됐다. 이 시들이 디딤돌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것이다. 여기가 어디인지 몰라도.
일상시든 뭐든 쓰고 보자꾸나. 내 멋대로 말이지!


황인숙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너는 너무도 고적해 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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