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I 한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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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고즈넉한 무덤 사이를 거닐며 아름다운 묘석들을 바라봅니다. 이국의 문자로 쓰여진 이름과 생몰년대들. 얼굴 표정 만큼이나 다양한 문양과 장식으로 꾸며진 묘석의 질감을 손으로 쓸어보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그리고 이들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상상합니다.

시의 행간(行間)에서 길을 잃을 때면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던, 아직 해독하지 못한 그들의 문자들이 생각납니다.

행간을 채울 때마다 간절히 호명되어야 할 것들을 떠올립니다.

2018년 7월

한세정


한세정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열 개의 손가락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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