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I 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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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월요일은 수업을 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누군가 귓바퀴에 대고 자꾸 물었다 직박구리들이 찌익 찌익 울었다
화요일은 산에 갔다 단풍이 미친 듯 타올랐다 산이 실성 실성 웃었다 실성한 것들이 개를 데리고 호수 쪽으로 스며 들었다
수요일은 종일 소파와 있었다 소파와 섹스했다 나는 언제나 클라이막스에서 코를 고는 버릇이 있다
목요일은 닭볶음탕을 먹었다 병아리도 닭도 아닌 것이 목젖에 걸려 푸드득거렸다 하루가 하도 길었다
금요일은 티비 속으로 들어갔다 죽은 별을 따라 은하를 흘러 다녔다 정말이지 재미있는 것은 거짓말뿐이다
토요일이 왔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왔다 제수 없었다
일요일은 오지 않는다 그럴 것이다

 

2018년 11월

이경림


이경림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일요일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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