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I 김안

1

시인의 말

 

내가 젊을 적 쓰고자 했던 것들은 어떤 빈곤함의 형상,
때론 논리와 신랄한 야유,
잠자리 날개 같던 당신의
이마와 별무리와 당신의 끝,
무섭지는 않았지만
그저 아이일 뿐이었을 때 실수로 듣게 되었던 방의 서걱임
우연한 바다
우연히 흔들리던 바다의 수상한 노래
그러나 내가 젊을 적 좋아했던 것은
노래나 시조차 될 수 없었던 마음들이나,
되려 그런 절대가 있다고 믿는 이들의 어리석음을 향한,
되려 더 절대적이었던 일갈,
결국에는 비어 있는 미로
그 속에서 홍매 빛깔 같던 돼지 속살이 타오르는 리듬에
부딪는 술잔
같은 것뿐이었으나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 뒤룩뒤룩 늙었지
이리도
늙고 뚱뚱해져서야
말의 해방, 말의 깊이 따위를 향하여 손 내밀다니
겁도 의미도 없이
그저 남이 되려고 만났던 철없는 애인인 양
하지만
이 또한 사랑이고 삶이라고 해봤자
변명과 술수로 한없이
부끄러운 연옥일 뿐이라서
문학성이라는 뻔한 밀교일 뿐이라서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