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I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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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나는 한때 소설을 쓰고 싶었다. 나는 내가 빠진 세계에 대해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겐 소설을 쓸 재능도 관찰력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내가 할 수 없기에 그것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세계는 오로지 나의 내부일 뿐. 나는 거기에 눈과 귀를 달아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시만큼은 나와는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일상인으로서 나는 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며, 시인으로서 나는 일상인으로서의 나와 대부분 불화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내가 싫어하는 나이다. 그러나 너무 싫어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렇듯 나는 나의 시를 싫어하면서도 내심 좋아해왔다. 만일 내가 나를 더 좋아했다면, 나는 시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2019년 2월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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