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I 구현우

시인의 말

 

당신이 나를 싫어할 거라는 기분으로 지난 새벽을 뒤척였습니다. 오래된 소화불량으로 속이 쓰려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습니다. 이번만큼은 나를 용서받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당신도 나와 같은 불안에 놓여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리적인 시차가 거의 없는 우리가 각자 이불을 덮고 서로만 모르게 수면을 미루고 연신 핸드폰을 쥐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나의 죄의식으로 당신을 관계합니다. 당신이 좋아서가 아니라 당신에게 어떤 미움만큼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말입니다. 그런 최소한의 힘으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말로 하지 않아도 힘든 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8. 겨울.

구현우.


구현우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프리즘,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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