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I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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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그러니까

그는 결점이 지나치게 강조된 사람이었다.

작가인 그가, 역설적으로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은 미덕이었지만

거짓이 무언가에 대한 고민은 논외로 두고

그의 불운의 최대 조력자는 그의 결벽증이었다.

고독과 결핍, 병마와 빈사는

모든 불행의 필요조건이면서

동시에 그의 운명에서 가장 충분한 덕목들이었다.

그러한 운명 속에서는 누구라도

미치광이가 되거나 영웅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더 흔하게는 영웅적인 미치광이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애드가 앨런 포에게 바치는 메모이다.

 

2018년 6월

이현승


이현승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우울과 몽상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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