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을 대신하며 I 윤석정

4

제가 지금 그렇습니다

 

십 년, 그럭저럭 자알 살았습니다 때때로 심장을 쥐어짜는 울분을 감추느라 입을 악다물었습니다 당신과 이유 없이 이별해야 했던 이유가 알람시계처럼 울었습니다 타인의 나라에 세 들어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국경을 건널 때면 제자리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십 년, 가까스로 자알 살았습니다 뭔가 그만두는 일이 세상에 지는 것만 같아 참았지만 직장을 여러 번 그만뒀습니다 그 사이 운 좋게 결혼을 했습니다 이 세상에 불시착한 아들을 겨우 만났는데 아버지가 일언반구 없이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십 년, 뒤죽박죽 자알 살았습니다 이천구년 오월 이십삼일 아홉시 삼십분에 당신의 시간이 멈췄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때때로 저는 당신이 혹은 당신을 흘려보냈거나 당신과 흘러갔던 시간을 여행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당신을 저는 여러 번 만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여행자는 이미 온몸으로 살아냈거나 앞으로 살아내야 할 모오든 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시간여행자는 천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여행이 그렇듯 여행을 마치고서야 뒤늦게 차오르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 마음과 만나는 일 또한 천형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금 그렇습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