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의 리듬 I 이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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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의 리듬

 

사월 월세를 넣었다
주공아파트 담벼락에 기대
황달의 뺨을 아무 데나 문지르는 산수유 꽃들
지금쯤 당신은 그날이겠지
달이 삭과 망을 지나는 무렵
오래 쓰다듬은 기억은 누굴 할퀴거나
베지 않고 부드럽다

혼자 숨 쉬고, 안 쉬기도 하는 집
월세를 내는 날 즈음
당신은 그날이고
생강차가 끓는다 생각 속에서
편으로 썬 생강들이 떠오르고
가라앉는 그 리듬을 못 잊고 있다
음악이 끝난 후에야 박자를 타고
몸을 떠는 관객
잔향은 점점 늦게 돌아온다

그늘에 떨어진 꽃잎 같은
삼월 달력에 붉게 동그라미 친 날들

그날이라고만 불렀던 날에 다시
당신은 천칭자리보다 멀고
황해처럼 안 들린다


이범근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달의 절반이 초원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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