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I 장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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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달빛이 몸 위에 식탁을 만든다 밤 속으로 타 들어가는 당신 숨소리를 들으며 식탁보 끝자락에 코를 박고 엄지손가락을 빤다 하얗게 부르튼 엄지손가락을 다른 네 손가락 밑에 숨긴다 콘센트를 앞에 두고서도 플러그를 어디다 꽂아야 할지 몰라 청소기를 가지고 방 안을 빙빙 돌던 당신에게 암이 뇌로 전이됐어요 말하지 못했다 숫자를 더 이상 읽을 수 없는데도 고개를 돌려 자꾸 시계를 보던 당신에게 몇 신가요 물어보지 못했다 하나, 둘, 셋 다음은 어둠 바람이 당신을 통과하지 못한다 당신만큼의 바람이 밀려난 곳에서 불이 비를 태우는 시간 이빨과 잇몸 사이에 자를 대고 칼을 긋는다 아무 것도 뱉지 않는다 수박을 입에 넣어 드릴 때마다 까맣게 탄 숫자를 틱, 틱 식탁 위로 내뱉던 당신이 내 앞머리를 쓰다듬는다


장승리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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