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과 솜사탕 I 이범근

뿔과 솜사탕

 

그를 묻던 날
논두렁에 묶인 염소와 놀았다
살을 뚫고 나온 뿔이 구름을 저었다
내 솜사탕은 커져 갔다

늘 잠들어 있는 그의 머리맡에
밥상을 두고 나오던
내 걸음엔 억양이 없었다

비바람이 흔드는 천막 아래
푹 익은 무에 박힌 틀니처럼
관을 멘 남자들은 젖은 비탈을 밟고 갔다
비가 그치자
양지바른 터에 노래가 주저앉고
염소가 떨군 검은 똥이 곱게 말라 갔다

늘 옆으로 누워 자던 그가
관 속에서도 모로 누워 있을 거란 생각
죽을 때까지 죽일 때까지

관을 묻은 남자들이 몽둥이로 땅을 두드리는 동안
나는 구운 고등어의 흰 살을
죽이 될 때까지 오래 씹었다


이범근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달의 절반이 초원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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