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밭에서 온 여자(유홍준) I 김산

복숭아밭에서 온 여자(유홍준)

 

새벽열차가 복숭아밭을 지난다 단물 빠진 껌을 씹으며 여자 하나가 올라탄다 화사하다 싸구려 비닐구두를 구겨 신고 있다 털퍼덕, 허벅지 위에 비닐가방을 올려놓고 빨간 손끝으로  떽 떽 검은 풍선껌을 터뜨리고 있다 복숭아, 복숭아냄새가 난다 저 여자 이내 잠이 들어 군복 입은 사내 어깨에 머리를 처박는다 생면부지 사내의 어깨 빌려 멀고도 먼 꿈을 꾼다  새벽기차표를 끊을 때 군복 입은 사내 곁엔 젊은 여자를 앉히는 이상한 역무원이 있다 퉤, 침을 뱉듯 아침이 온다 두루마리 비닐 같은 아침햇살이 복숭아밭을 덮는다  개울 수도 없을 만치 깊이 잠든 싸구려 원피스 볼따구니에 밝고 환하고 고운 햇살 한 움큼이 어룽거리고 있다


김산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I 총체적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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