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를 걷는 I 서동균

복도를 걷는

 

건물에는 복도가 있다 걸어가는 남자 뛰어오는 여자
스치거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생각의 틀이
기다란 공간으로 들어온다
면을 밟고 가다 선으로 교차하는 곳
진자 운동은 좌우로 갈라진다
건전지를 다 소모해서 멈춘 괘종시계의 분열점이다
툭툭 떨어지는 허공에 뜬 중력의 높이
그 통로에 그림자를 가진 실체들이 걸어 다닌다
반대편을 잇는 선에 멈춘 정지와 무한의 극점에서
그 남자의 목소리와 그 여자의 목소리가 섞인다
그들이 밟고 있는 콘크리트가 양생을 거치듯
빅뱅을 거쳐 우주가 팽창해 왔듯
쏜살같이 달려가는 가속도 붙은 목소리의 경계가
이물(異物)의 갈래로 복도를 형성한다
모든 것이
어둡고 그 남자는 두렵고
그 여자는 흥분하고 복도를 걷는


서동균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가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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