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미매장(시 박인환) I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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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미매장 – 우리들을 괴롭히는 것은 주검이 아니라 장례식이다.(박인환)

 

당신과 내일부터는 만나지 맙시다.

나는 다음에 오는 시간부터는 인간의 가족이 아닙니다.

왜 그러할 것인지 모르나

지금처럼 행복해서는

조금 전처럼 착각이 생겨서는

다음부터는 피가 마르고 눈은 감길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침대에서

내가 바랄 것이란 나의 비참이 연속되었던

수 없는 음영의 연월이

이 행복의 순간처럼 속히 끝나 줄 것입니다.

……뇌우속의 천사

그가 피를 토하며 알려주는 나의 위치는

광막한 황지에 세워진 궁전보다도 더욱 꿈같고

나의 편력처럼 애처롭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부드러운 젖과 가슴을 내 품안에 안고

나는 당신이 죽는 곳에서 내가 살며

내가 죽는 곳에서 당신의 출발이 시작된다고……

황홀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기 무지개처럼 허공에 그려진

감촉과 향기만이 짙었던 청춘의 날을 바라봅니다.

 

당신은 나의 품속에서 신비와 아름다운 육체를

숨김없이 보이며 잠이 들었읍니다.

불멸의 생명과 나의 사랑을 대치하셨읍니다.

호흡이 끊긴 불행한 천사……

당신은 빙화처럼 차가우면서도

아름답게 행복의 어두움속으로 떠나셨읍니다.

고독과 함께 남아있는 나와

희미한 감응의 시간과는 이젠 헤어집니다.

장송곡을 연주하는 관악기모양

최종 열차의 기적이 정신을 두드립니다.

시체인 당신과

벌거벗은 나와의 사실을

불안한 지구에 남기고

모든 것은 물과 같이 사라집니다.

 

사랑하는 순수한 불행이여 비참이여 착각이여

결코 그대만은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있어주시오.

내가 의식하였던

감미한 육체와 회색사랑과

관능적인 시간은 참으로 짧았읍니다.

잃어버린 것과

욕망에 살던 것은……

사랑의 잔체와 함께 소멸되었고

나는 다음에 오는 시간 부터는 인간의 가족이 아닙니다.

영원한 밤

영원한 육체

영원한 밤의 미매장

나는 이국의 여행자처럼

무덤에 핀 차가운 흑장미를 가슴에 답니다.

그리고 불안과 공포에 펄떡이는

사자의 의상을 몸에 휘감고

바다와 같은 묘망한 암흑속으로 되돌아갑니다.

허나 당신은 나의 품안에서 의식은 회복ㅎ지 못합니다.


정한아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먼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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