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 I 박순원

6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

 

1

일제시대 태어났더라면 나는 친일을 했을 것이다 아니 친일할 기회가 없어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출세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일본 사람한테 잘 보여 한몫 잡을 수 없을까 아니면 일본 사람한테 잘 보여 한몫 잡은 사람한테 잘 보여 조그만 몫이라도 챙길 수 없을까 일본이 망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하에서 은밀히 떠도는 독립운동 독립투사 임시정부 이야기 따위야 현실감 없는 먼 나라 딴 나라 이야기로 귓등으로 흘리며 현실에 충실하고자 했을 것이다 총독부에 다니는 사람 은행에 다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일본어가 유창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자동차를 타 보고 싶었을 것이다 청요리를 먹고 싶었을 것이다 신사참배하러 가는 긴 줄 속에 있었을 것이다

2

여기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나는 한밤중에
카드를 긋는다 내리긋는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철갑을 두른 듯 나를
지켜 줄 것이다 내일 아침에도
바람 소리는 불변할 것이다
한밤중에 나는 카드를 긋고
찌릭찌릭 혓바닥처럼 올라오는
계산서에 날아갈 듯 사인을 하고
마지막 장을 떼어 꼬깃꼬깃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택시를
잡아탄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나는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갔다가 다른 택시로 갈아타고
청주로 간다 통행료 만 원은
현찰로 내고 택시비 십이만 원은
또 카드로 긋는다 별일
없을 것이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이 정도쯤이야 음냐음냐
한동안만 죽은 듯이 살면
대한 사람이 대한에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에서


박순원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따라서 별빛이 다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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