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 I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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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설

 

조개처럼 두 개의 껍데기가 있다면
스스로 나의 관 뚜껑을 닫을 수 있겠지
닫히는 순간 열리는 어둠 속에서
나는 가장 사적이고 사색적인 공기를 들이마시고
모래나 바다 속으로 숨어버릴 거야
입술이 딱딱해질 거야
오늘은 무얼 먹을까?
어떤 옷을 입지? 이런 걱정들로 분주한
나의 인생을 어리고 부드러운 속살로 애무해줘야지
내 몸 어딘가에 있는 폐각근(閉殼筋)을 당겨
살아 있는 동안
죽어 있는 것처럼
한 번 닫히면 절대 열리지 않을 테다
미간을 찌푸리고
다섯 개나 열두 개의 주름을 만들어
감추고 싶은 말들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을 테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할 거야
하나의 사원처럼
돌멩이처럼
조개는 고요하고 엄숙해
죽고 난 뒤에 입을 벌리는
껍데기 속에서는
누구에게도 말 못한 말들이
켜켜이 쌓여 빛나고 있다


김지녀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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