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해명해야 할 것 같은 4번 출구 I 서광일

3

뭔가 해명해야 할 것 같은 4번 출구

 

공중전화

코트를 입은 외국인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동남아시아 어디쯤

짧은 한숨 끝에 동전을 꺼낸다

사내는 좌우를 살피더니 급하게 걷는다

툭 종이 가방이 떨어진다

걸음을 무르고 재빨리 줍는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단거리 주자처럼

몸이 심하게 앞으로 쏠린다

힐끔 뒤를 본다 걸음이 빨라진다

계단을 두 칸씩 밟고 오를 때

무심코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지하철 4번 출구를 나가는 중이었다

사내는 뭔가에 쫓기는 듯

계단이 끝나자마자 뛰기 시작한다

붙잡고 싶었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당신을 쫓고 있는 기분

노동자로 보이는 외국인 한 무리가 내려온다

알아들을 수 없는 자음과 모음들이 부딪친다

이미 늦었다


서광일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웃는 여자 中에서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