멎을 것 같은 사람 I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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멎을 것 같은 사람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할수록 무서워지는 학교에 그렇게 많은 창문이 달려 있다. 그렇게 많은 창문이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보고 있다. 그녀의 피켓 속에선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녀가 그걸 어떻게 쓴 줄 안다. 빨갛게 되도록 엎드려서 피켓 하나를 완성한다. 짤막한 문장 속에서 일만 이천 명의 비명이 절벽 절벽 떨어진다. 어미의 등을 터트리고 나오는 거미 같은 소란을 상상하며 사람들이 지나간다. 이런 사실을 하나도 모르고 있는 가해학생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은 태평성대의 시절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해학생은 말한다 무엇을 위한 처벌 입니까? 나는 파일럿이 되고 싶단 말입니다 이 씹새끼들아. 모든 방과 후는 미래로 미래로 다독이는 길을 터주고 있단 말입니다. 귀찮은 수갑 더 듣기에 무료한 수갑 이야기는 그만하세요. 수갑은 수갑의 주인에게 무죄의 열쇠를 함께 건네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난들 어쩌라고요.

아직.

거기 서 있다.

그녀가 거기 서 있다. 눈을 맞고 눈을 쌓이게 하면서 그녀가 거기 서 있을 때, 신문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해학생에게서 휘파람이 나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가해학생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비어져 나오는 것은 참 경이로운 일이다. 얼마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가. 이미 수시로 합격한 수험생처럼 더 이상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수능이 끝난 수험생처럼 더 이상 오답노트를 정리하게 하지 마옵시고 비껴간 정답은 아직도 모색하는 자에게만 안타까운 것. 가슴을 치게 만드는 것. 괄호 속에 들어가 있는 아들의 글씨를 내려다보면서 울고 있는 자는 가족들뿐. 누가 커터칼로 교복 가슴께를 박박 긁어도 거기 새겨진 이름을 잊지 않는 건 맨 앞에 나와 있는 사람뿐이다. 開腹된 사람이다. 심장이 반쯤 꺼내어진 사람. 그러면 제발 그러면 제발 우리 아이 좀 살려 주세요 울부짖는 것도 죽어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도 오로지 맨 앞으로 뛰쳐나온 사람뿐이다. 총알받이처럼 총을 맞기도 전에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사람뿐이다.


김승일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어른들은 좋은 말만 하는 선한 악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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