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블라* I 박세미

람블라*

 

당분간 먼 곳의 산책로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는 거리를 걷게 될 것이다 ‘냇물이 흐르던 자리’라고 한다 걸을 때마다 발자국에 물기가 차오를 것이다 젖은 자국을 볼 때마다 불행했던 일이 떠오르면 잠시 멈춰 서서 흔들릴 것이다 세차게 흐르던 물을 마른 돌이 기억하는 것처럼
그러나 금방 잊어버리고 아이스크림을 깨물며 걸을 것이다

먼 곳을 두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벌써 산책이 끝났다’고 일기장에 쓸 것이다 ‘이곳의 모든 일은 내가 있었던 것처럼 흘렀구나’ 말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그 거리를 걷는다면 더 이상 발자국이 젖지는 않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거리가 이미 그립다는 것은
아직과 벌써가 당분간이기 때문

정말이 아니더라도
그 모든 연습이 이루어지는 거리

당분간 먼 곳의 산책로

 

* 바르셀로나의 가로수길


박세미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전해지는 것은 낙서뿐이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