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윤림) I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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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윤림)

 

배고픔을 위해서는
하늘의 만나가 되지 못하는
아름다운 헛것

겨울은 그르렁거리는 가래 끓는 소리로 깊어가고
막다른 데서는 하얀 각혈을 쏟곤 한다
그런 때면 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먼데를 바라보는 사람들
헛것의 아름다움은 맹독성이라서
스며들지 못하는 데가 없다
아무리 깊이 감춘 심장이라도
불러내 두근거리게 한다

인간이 마지막 외나무다리 앞에 섰을 때
빙하같은 공포 앞에 백약이 무효일 때를 위해
마지막 소원으로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
누가 묻는다면 나의 답은 이것-
흐르는 모차르트 위에 눈이 내리기를…
눈밭에 맨발로 서서
‘아베 베룸’을 들으면
탄생의 상처가 없는 날개가
잊었던 듯 펼쳐지지 않을까
덫이었던 몸을 그대로 입은 채
승천할 수 있지 않을까
눈이 오면
하얀 환호처럼 눈이 오면
깃털처럼 가볍고 따뜻하리라
죽음마저도

인간의 오지로 열린 하얀 길


황인숙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너는 너무도 고적해 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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