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 씨* I 김승일

24

낙성 씨*

 

낙성 씨! 낙성 씨! 사람들은 낙성 씨를 만났다하면 부르고 기분이 좋아진 낙성 씨는 밥상 위를 뛰어다닌다 낙성 씨는 어디에 있나 절친한 그의 번호조차 우리는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들은 다들 낙성 씨 낙성 씨! 이리 좀 오세요 웃겨 봐요 웃음거리가 되어줘요 없는 사람 자꾸 불러서 서운하다 너무나 착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서 고마운 낙성 씨 간 줄 알았는데 어디서 낙성 씨 또 또! 또? 부르고 키득키득 키득 우리끼리 퍼먹은 낙성 씨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웃고 있는 낙성 씨 일부터 십까지 세는, 낙성 씨 카운트다운, 다운되었다가 언젠가 하늘로 치솟는 로켓처럼 쫓겨나야 하는 낙성 씨 하늘만 보고 있는 낙성 씨

낙성 씨의 바닥을 드러나게 하는 것 기껏 눌러 붙은 밥알을 다시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 먹듯이 사람들이 맛있어 하는 것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안 하고는 못 배기는 것 그걸 하면서 친해지는 사람들이 더욱 친해지는 동안 저 넓은 하늘을 혼자 걸어가는 낙성 씨 혼자 떨어지는 낙성 씨 사람들이 모여서 다 같이 하는 걸 해 인내의 바닥을 드러내는 것 숟가락으로 철판을 긁는 소리 같아서 끔찍해

계단 몇 개를 내려가는 데에도 어떤 숫자가 주는 안도가 필요해진 낙성 씨 낙성 씨에게 너무나 친절하고 예의 바른 이 지구가 단 하루라도 낙성 씨에게 줄 만한 것들을 줬으면… 아름다운 낙성처럼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서 빛날 수 있다면… 낙성 씨는 낙성도 아니고 혜성도 아니고 위성도 아니야 이 씨발 새끼들아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낙성 씨는 서운하다 끝끝내 웃으면서 서운한

낙성 씨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낙성 씨 낙성 씨 부르는 사람마다 모른다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꿈에 의해 넘어져 있을까 교문 밖으로 걸어 나가는 낙성 씨 낙성 씨! 한 번도 뒤돌아가는 그의 이름을 진심으로 불러주지 않는 모든 친구들의 낙성 씨 한 번도 뒤돌아오는 그의 이름을 손 흔들며 불러주지 못한 모든 친구들의 낙성 씨

낙성 씨는 큰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는 존재라서 수첩에다 더 작은 수첩에다 무언가를 늘 끼적이고 있는 낙성 씨 낙성 씨! 낙성 씨! 오늘도 여기서 저기서 함부로 이름 불리는 낙성 씨 반질반질 윤이 나는 책등 같은 이마와 이마 사이에서 그래서? 그래서 그가 어떻게 됐는데? 더 얼마나 우스운 짓을 어제 오늘 했는데? 저 멀리서 풍자시의 제목같이 달려오는 우리의 낙성 씨

 

*가방을 복도에 던져놓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던 낙성 씨를 내가 처음 목격한 것은 2005년 어느 봄날이었다. 그는 늘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손을 씻기 전에 꼭 일부터 십까지 숫자를 세곤 했다. 그뿐이었다. 그는 눈 깜짝 할 사이에 落星처럼 사라졌다. 늘 다시 나타났다기보다는 늘 다시 사라졌던 낙성 씨. 어딘가로 끝없이 걸어가고 있었던 낙성 씨. 가끔 멈춰 서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던 낙성 씨. 아픈 사람들은 흔히 교문 밖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뻔한 결말을 깨뜨리고 그는 영원히 학교에 남아 우리 주위를 별처럼 맴돌고 있었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김승일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어른들은 좋은 말만 하는 선한 악마예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