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켜다 I 한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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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켜다

 

눈을 감고 입을 다무는 것은
이곳의 일이 아니다
손바닥을 마주 대고
맹세를 하는 것도
더 이상 이곳의 일이 아니다

오늘부터 꽃은 꽃이 아니며
꽃들은 모든 꽃말을
잃어버린다

이제 우리는
언 손바닥 위에서
가장 뜨겁게 피어나는 꽃봉오리를
감싸 안는 꽃받침이
되기로 한다

두 손에서 두 손으로
어둠을 밝히며
하나의 꽃이 켜질 때

온몸이 입술인 채로
새롭게 씌어질 꽃말을
호명한다


한세정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열 개의 손가락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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