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북(極北) I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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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북(極北)

 

소리 없이 번개가 희뜩였다. 장막(帳幕) 속에 누군가가

들어 서 있었다. 우뚝. 윤곽이 희뜩희뜩 변했다. 말 머

리를 한 여인. 바람이 제 사지를 광목처럼 찢었다. 시

체를 먹는 추운 숲의 여인. 비살희. 두터운 입술을 말

아 올리며 검은 말 머리가 웃었다. 낙뢰에 지질린 돌

덩이들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비살희. 누군가가 얼린

고기를 쥐어주었다. 차가운 기름에 파묻힌 뻣뻣한 냉

육(冷肉). 섬광으로 불러 낸 나는 눈썹도 속눈썹도 없

었다.

 

*비살희琵薩希, 산스크리트어 ‘피사치’의 한역,  시체를 먹는 중음의 여신들


김언희 시인의 첫 번째 낭송 앨범 I 추파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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